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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인터뷰 & 화보 by 코스모폴리탄

by hongkong38 2018. 7. 1.
2018.06.25 MON

정우성의 하루

데뷔 25년 차 배우 정우성. ‘잘생긴’이라는 수식에 가려진 그의 다층적인 면면을 대중이 목격한 건 불과 몇 년 새의 일이다. 세상을 더 알고 싶고, 일단 알게 된 것은 외면하지 못하며,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이 남자는 이 세상엔 더 많은 ‘존중’이 필요하다 말한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난민과함께’ 캠페인을 알리려 분주하게 뛰고 있는 그와 함께한 하루.


화보 콘셉트는 ‘정우성의 일상을 엿보다’였지만 비하인드로는 ‘정우성 남친짤’을 건지는 게 목표기도 했습니다. ‘일상이 화보’라는 정우성의 일상을 시뮬레이션했달까요.

일상을 엿봤다기엔… 너무 잘 차려입고 촬영한 거 아닌가요? 흐흐흐. 정우성의 일상은 사실 굉장히 단순하죠. 뭐 일단 이렇게 촬영할 때처럼 멋지게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있진 않아요. 그냥 샴푸하고 대충 말려 자연스럽게 하고 다녀요. 밥 먹기 전에 운동하고, 밥 먹고 밖에 나가 그냥 걷거나 아니면 음료 마시면서 걷거나. 그러다가 사무실 갈 일 있으면 가고 작업할 일 있으면 작업하고, 저녁에 동료 배우 만나거나 저녁 약속 끝나면 집에 들어오는 정도?


첫 컷 촬영할 때 “40대 중반에게 남친짤이라니…”라며 투덜거리는 거 다 들었어요. 하하. 사실 ‘일상’이라는 흔한 콘셉트를 택한 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계기기도 한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일상의 소중함은 타인의 비극 앞에서 더 극명하게 느끼기 마련이라고, 평범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그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하거든요. 난민 캠프 현장을 직접 방문했을 때의 느낌은 더 선명했을 것 같아요.

캠프에서 마주한 현실도 현실이지만, 그 전에도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요. 근데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그런 소소한 행복을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일 끝나고 해 지기 전에 그냥 시원한 맥주 한잔하면서 그 시간의 공기를 음미하고 알차게 보낸 하루를 치하하면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난민 캠프에 있는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온 터라 상실된 일상이 더 절실한 거죠. 밥 먹고, 물 마시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아프면 병원 가고, 가족과의 불화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고, 이런 일들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난민 캠프에서는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게 없어요. 너무 소중하고 귀해요. 제가 말로 아무리 “여러분의 일상은 소중합니다”라고 이야기해도 실감을 못 하실 거예요. 저조차도 막상 일상 속에서 그런 걸 직접적으로 체감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캠프에서 난민들의 생활을 보며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먹고, 마시고, 친구들 만나고, 가족과 마주하고… 사실 이 중 하나만 없어져도 상실감과 불편함이 크기 마련인데, 이 모든 게 불가능한 환경은 상상도 못 할 것 같아요. 

가장 큰 절망은 그런 물리적인 것보다도 기약할 수 없는 막연한 미래에 있어요. 더군다나 막연한 미래에 놓인 아이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부모들 입장에서 이런 현실은 더욱더 절실한 아픔이 되는 거죠.

 

 



7월 말에 정우성 주연의 새 영화 <인랑>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강철비>와 마찬가지로 남북간의 관계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데,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까요? 

꼭 그렇진 않아요. 그게 절대적일 순 없죠. 배우로서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세상에 대한 관심도 큰 요인이겠죠. 물론 작은 영향을 미칠 순 있었을 거예요. 아니, 꼭 ‘작다’라고 얘기할 순 없겠네요.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관념을 확장해나가다 보면 중요한 심리적 요인이 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남북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어요. 그렇게 보면 난민 문제는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데, 현재 난민 문제에 대한 한국민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요?

다행히도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성적으로 펼치는 캠페인 덕분에 후원 참여도가 꽤 높아졌다고 알고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정이 많아서인지 어려운 이들을 도우려는 의지도 강한 것 같아요. 그런데… 여전히 많은 분이 난민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에요. 제 주변에도 “난민이 뭐야?”라고 묻는 사람이 많아요.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어 자신의 나라를 떠난 사람이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에요. 사실 다른 구호단체의 활동은 아주 심플하잖아요. 아이들, 가난, 교육, 질병 같은 구체적 사안에 지원을 하는 건데 난민은 그 모든 걸 다 떠안고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난민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무게감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끼고, 어려우니까 외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예전에 비해 난민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그 배경에는 정우성의 친선대사 활동이 많은 기여를 했겠죠?

확연히 달라졌길 바라죠. 하하.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한 가지 팩트로 말하기는 우려스럽지만, 2014년부터 해마다 두 배씩 성장했대요. 지금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후원 규모는 한국이 스페인에 이어 전 세계 2위고요. 

고무적인 일이네요. 올 4월 요르단 자타리 난민 캠프에서 시작된 ‘#난민과함께(WithRefugees)’ 캠페인의 세계 투어가 6월 25일 한국에 상륙한다고 알고 있어요. 캠페인의 세계 투어라는 표현이 낯설긴 해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가요?

저 역시 새로운 경험이라 신선하긴 마찬가지예요. ‘#난민과함께’는 난민에 대한 이해와 인식 재고를 위해 펼치는 캠페인인데, 말 그대로 난민과 함께해달라는 어떤 호소인 거죠. 마침 6월 20일이 ‘세계 난민의 날’이고 25일부터 일주일간 ‘난민 주간’이에요. 26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제주포럼>에 제가 직접 연사로 설 예정이고, 28일엔 ‘난민 영화의 밤’이라는 행사도 펼쳐지는데, 캠프에서의 생활과 난민에 대한 저의 목소리를 전하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알면 난민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난민 영화의 밤’에 소개될 다큐멘터리 <호다>에서 직접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어요. ‘호다’라는 아이를 실제로 만난 적도 있다고요.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 만난 적 있어요. 호다는 모술 지역에서 이라크 정부군과 IS군의 격전이 벌어지면서 캠프에서 보호를 받는 국내 실향민이에요. 폭격으로 청각을 잃어 들을 수가 없는 아이였는데 저를 졸졸 쫓아다녔어요. 그런 호다를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날 뻔한 적도 있는데, 캠프에서는 그런 감정 표현을 자제해야 해서 참느라 애먹었죠. 사실 어떤 한 무리를 설명하기 좋게 ‘난민’이라는 단어로 규정짓지만, 그 안에도 우리와 똑같은 개개인의 삶이 있거든요. 그곳 아이들의 꿈은 선생님, 간호사, 병사, 기자 이런 사람이 되는 거예요. 한결같이 고국에 돌아가면 어려운 사람들이나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된 이들을 돕고 싶다는 게 이유예요. 이번 ‘#난민과함께’ 캠페인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난민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제주포럼>에 정우성이 직접 연사로 선다는 것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어떤 메시지를 전할 예정인가요?

그들도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 누군가의 부모, 형제, 자녀이자 의사였고 학생이었고 운동선수였던, 그런 개개인의 퍼스널리티에 대해 강조하다 보면 난민에 대한 오해도 풀리지 않을까요? “난민들은 가난이 싫어 다른 나라에 간 거 아냐? 유럽이 잘사니까 잘 먹고 잘살고 싶어서 거기 가서 불법체류자 되고 그러는 거잖아?” 난민에 대해 이런 오해를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데 앞서 얘기했듯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난민’이란 단어엔 드러나지 않는 난민 개개인의 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함께 잘 사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대한 호감도와 참여도는 꼭 비례하지 않더라고요. 특히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와닿지 않을 때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기부나 후원 활동에 소극적으로 되기도 하는 게 현실인 것 같아요.

글쎄요, 그건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구조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요즘은 문을 열고 나갈 때 옆집 사람이랑 마주쳐도 인사하는 게 어려운 시대잖아요. 결국 내 이웃, 주변에 대한 관심이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사람, 버스에서 마주친 누군가에게도 마음의 문이 열리게 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관심이라는 게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고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한 달에 얼마 이상 기부할 거야’라고 계획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부담이 안 되는 액수부터 시작해서 어떤 식으로든 ‘지속성’ 있게 하는 게 중요해요. 스스로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순간 좋은 일을 아름답게 할 수 없게 되거든요. 부담을 버리고, 일단 관심 먼저 가진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생각하면 되는 것 같아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기사를 한 번이라도 더 찾아보는 정도로도 좋은 시작이 될 거예요. 결국 그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연결되는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런 관심과 활동이, 정우성의 개인적인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기부나 후원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스스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를 할 거예요.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돌려 받는 마음 자체가 행복으로 와닿는 거고요.




2018.06.25 MON

정우성의 하루

데뷔 25년 차 배우 정우성. ‘잘생긴’이라는 수식에 가려진 그의 다층적인 면면을 대중이 목격한 건 불과 몇 년 새의 일이다. 세상을 더 알고 싶고, 일단 알게 된 것은 외면하지 못하며,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이 남자는 이 세상엔 더 많은 ‘존중’이 필요하다 말한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난민과함께’ 캠페인을 알리려 분주하게 뛰고 있는 그와 함께한 하루.


화보 콘셉트는 ‘정우성의 일상을 엿보다’였지만 비하인드로는 ‘정우성 남친짤’을 건지는 게 목표기도 했습니다. ‘일상이 화보’라는 정우성의 일상을 시뮬레이션했달까요.

일상을 엿봤다기엔… 너무 잘 차려입고 촬영한 거 아닌가요? 흐흐흐. 정우성의 일상은 사실 굉장히 단순하죠. 뭐 일단 이렇게 촬영할 때처럼 멋지게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있진 않아요. 그냥 샴푸하고 대충 말려 자연스럽게 하고 다녀요. 밥 먹기 전에 운동하고, 밥 먹고 밖에 나가 그냥 걷거나 아니면 음료 마시면서 걷거나. 그러다가 사무실 갈 일 있으면 가고 작업할 일 있으면 작업하고, 저녁에 동료 배우 만나거나 저녁 약속 끝나면 집에 들어오는 정도?


첫 컷 촬영할 때 “40대 중반에게 남친짤이라니…”라며 투덜거리는 거 다 들었어요. 하하. 사실 ‘일상’이라는 흔한 콘셉트를 택한 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계기기도 한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일상의 소중함은 타인의 비극 앞에서 더 극명하게 느끼기 마련이라고, 평범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그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하거든요. 난민 캠프 현장을 직접 방문했을 때의 느낌은 더 선명했을 것 같아요.

캠프에서 마주한 현실도 현실이지만, 그 전에도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요. 근데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그런 소소한 행복을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일 끝나고 해 지기 전에 그냥 시원한 맥주 한잔하면서 그 시간의 공기를 음미하고 알차게 보낸 하루를 치하하면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난민 캠프에 있는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온 터라 상실된 일상이 더 절실한 거죠. 밥 먹고, 물 마시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아프면 병원 가고, 가족과의 불화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고, 이런 일들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난민 캠프에서는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게 없어요. 너무 소중하고 귀해요. 제가 말로 아무리 “여러분의 일상은 소중합니다”라고 이야기해도 실감을 못 하실 거예요. 저조차도 막상 일상 속에서 그런 걸 직접적으로 체감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캠프에서 난민들의 생활을 보며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먹고, 마시고, 친구들 만나고, 가족과 마주하고… 사실 이 중 하나만 없어져도 상실감과 불편함이 크기 마련인데, 이 모든 게 불가능한 환경은 상상도 못 할 것 같아요. 

가장 큰 절망은 그런 물리적인 것보다도 기약할 수 없는 막연한 미래에 있어요. 더군다나 막연한 미래에 놓인 아이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부모들 입장에서 이런 현실은 더욱더 절실한 아픔이 되는 거죠.






7월 말에 정우성 주연의 새 영화 <인랑>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강철비>와 마찬가지로 남북간의 관계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데,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까요? 

꼭 그렇진 않아요. 그게 절대적일 순 없죠. 배우로서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세상에 대한 관심도 큰 요인이겠죠. 물론 작은 영향을 미칠 순 있었을 거예요. 아니, 꼭 ‘작다’라고 얘기할 순 없겠네요.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관념을 확장해나가다 보면 중요한 심리적 요인이 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남북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어요. 그렇게 보면 난민 문제는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데, 현재 난민 문제에 대한 한국민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요?

다행히도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성적으로 펼치는 캠페인 덕분에 후원 참여도가 꽤 높아졌다고 알고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정이 많아서인지 어려운 이들을 도우려는 의지도 강한 것 같아요. 그런데… 여전히 많은 분이 난민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에요. 제 주변에도 “난민이 뭐야?”라고 묻는 사람이 많아요.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어 자신의 나라를 떠난 사람이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에요. 사실 다른 구호단체의 활동은 아주 심플하잖아요. 아이들, 가난, 교육, 질병 같은 구체적 사안에 지원을 하는 건데 난민은 그 모든 걸 다 떠안고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난민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무게감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끼고, 어려우니까 외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예전에 비해 난민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그 배경에는 정우성의 친선대사 활동이 많은 기여를 했겠죠?

확연히 달라졌길 바라죠. 하하.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한 가지 팩트로 말하기는 우려스럽지만, 2014년부터 해마다 두 배씩 성장했대요. 지금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후원 규모는 한국이 스페인에 이어 전 세계 2위고요. 




고무적인 일이네요. 올 4월 요르단 자타리 난민 캠프에서 시작된 ‘#난민과함께(WithRefugees)’ 캠페인의 세계 투어가 6월 25일 한국에 상륙한다고 알고 있어요. 캠페인의 세계 투어라는 표현이 낯설긴 해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가요?

저 역시 새로운 경험이라 신선하긴 마찬가지예요. ‘#난민과함께’는 난민에 대한 이해와 인식 재고를 위해 펼치는 캠페인인데, 말 그대로 난민과 함께해달라는 어떤 호소인 거죠. 마침 6월 20일이 ‘세계 난민의 날’이고 25일부터 일주일간 ‘난민 주간’이에요. 26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제주포럼>에 제가 직접 연사로 설 예정이고, 28일엔 ‘난민 영화의 밤’이라는 행사도 펼쳐지는데, 캠프에서의 생활과 난민에 대한 저의 목소리를 전하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알면 난민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난민 영화의 밤’에 소개될 다큐멘터리 <호다>에서 직접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어요. ‘호다’라는 아이를 실제로 만난 적도 있다고요.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 만난 적 있어요. 호다는 모술 지역에서 이라크 정부군과 IS군의 격전이 벌어지면서 캠프에서 보호를 받는 국내 실향민이에요. 폭격으로 청각을 잃어 들을 수가 없는 아이였는데 저를 졸졸 쫓아다녔어요. 그런 호다를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날 뻔한 적도 있는데, 캠프에서는 그런 감정 표현을 자제해야 해서 참느라 애먹었죠. 사실 어떤 한 무리를 설명하기 좋게 ‘난민’이라는 단어로 규정짓지만, 그 안에도 우리와 똑같은 개개인의 삶이 있거든요. 그곳 아이들의 꿈은 선생님, 간호사, 병사, 기자 이런 사람이 되는 거예요. 한결같이 고국에 돌아가면 어려운 사람들이나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된 이들을 돕고 싶다는 게 이유예요. 이번 ‘#난민과함께’ 캠페인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난민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제주포럼>에 정우성이 직접 연사로 선다는 것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어떤 메시지를 전할 예정인가요?

그들도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 누군가의 부모, 형제, 자녀이자 의사였고 학생이었고 운동선수였던, 그런 개개인의 퍼스널리티에 대해 강조하다 보면 난민에 대한 오해도 풀리지 않을까요? “난민들은 가난이 싫어 다른 나라에 간 거 아냐? 유럽이 잘사니까 잘 먹고 잘살고 싶어서 거기 가서 불법체류자 되고 그러는 거잖아?” 난민에 대해 이런 오해를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데 앞서 얘기했듯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난민’이란 단어엔 드러나지 않는 난민 개개인의 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함께 잘 사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대한 호감도와 참여도는 꼭 비례하지 않더라고요. 특히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와닿지 않을 때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기부나 후원 활동에 소극적으로 되기도 하는 게 현실인 것 같아요.

글쎄요, 그건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구조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요즘은 문을 열고 나갈 때 옆집 사람이랑 마주쳐도 인사하는 게 어려운 시대잖아요. 결국 내 이웃, 주변에 대한 관심이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사람, 버스에서 마주친 누군가에게도 마음의 문이 열리게 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관심이라는 게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고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한 달에 얼마 이상 기부할 거야’라고 계획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부담이 안 되는 액수부터 시작해서 어떤 식으로든 ‘지속성’ 있게 하는 게 중요해요. 스스로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순간 좋은 일을 아름답게 할 수 없게 되거든요. 부담을 버리고, 일단 관심 먼저 가진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생각하면 되는 것 같아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기사를 한 번이라도 더 찾아보는 정도로도 좋은 시작이 될 거예요. 결국 그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연결되는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런 관심과 활동이, 정우성의 개인적인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기부나 후원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스스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를 할 거예요.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돌려 받는 마음 자체가 행복으로 와닿는 거고요. 


세상에 대한 관심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정우성의 중후한 멋을 완성한 것 아닐까. 

정우성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른’과 얘기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모든 일이 결국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요. 쪽팔리지 않는 선배, 쪽팔리지 않는 어른? 제 인생의 목표가 어쩌면 그걸 수도 있겠네요. 난민 문제뿐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대부분 서로에 대한 배척 혹은 한쪽의 욕심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그로 인해 연동되는 문 부담으로 전가되는 악순환을 일으키죠. 제가 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다음 세대들이 좀 더 안전하고, 서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세상에서 살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예요. 저는 최소한 다음 세대에게 창피하지 않은 그런 기성세대가 되고 싶어요.


나이가 들수록 살아온 날들과 경험이 쌓이면서 확고해지는 신념 같은 게 있나요?

네, ‘존중’이오. 상대에 대한 존중,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존중, 사회에 대한 존중…. 그 존중이 결국 당사자에게 ‘품위’라는 단어로 돌아오거든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정우성’으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불편해요. 하하하. 익명성이 없다는 건 일상에서 가장 큰 자유를 상실한 거니까요. 그냥 온전히 나답게 하루를 살 수 있다는 행복감은 엄청난 거잖아요. 물론 그렇다고 우울하진 않아요. 익명성을 포기하는 게 이 직업의 숙명이니까요. 다만 익명성의 소중함을 아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